바이러스와 함께 살게 된 삶
내가 코로나에 걸릴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일주일의 시간들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6일 차 아침이지만, 하루만 더 견디면 진짜 자유의 몸이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가검사 키트는 선명한 2줄이었지만, 오늘부터는 선명한 1줄과 아주 희미한 1줄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성' 판정이란 표현에 이렇게 익숙해지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음성과 양성 사이에 뭐가 확진 인지도 헷갈려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이나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고, 어찌 보면 건강 걱정을 아예 하지도 않아도 되었을 만큼 건강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으다. 그런데 우리 삶이 바이러스라는 존재와 이렇게 가까워지다니. 코로나 이후 더 이상의 양성 판정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나으려고 발버둥 쳤던 2-3일
처음엔 격리하는게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아프고 난 밖으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안그래도 혼자사는 1인 가구이기도 하고. 잠을 자도 목이 아프거나 코가 막혀서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자꾸만 잠에서 깨어났고, 잘 자다가도 더워서 이불을 걷어차기 십상이었다. 머리는 또 어찌나 아프던지,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친구를 잘 둔 덕에, 친구가 가져다준 약으로 처음 이틀을 견디어냈다. 타이레놀과 약국 감기약, 기관지 및 인후통 약으로 살아냈다.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먹지 못할 정도의 고통은 아니었던지라 먹을건 잘 먹었다. 오미크론을 이겨내는데 에너지공급이 참 중요한데, 아프다고 식음을 전폐하는 사람들이 병을 낫기는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욱 와닿았다. 물을 많이 마셔서 면역력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속 정확하게 팩트만을 전달하는 친구 왈, '체세포 내의 수분량이 줄어들면 면역도 줄어든다'라고 말한다.
깨어있는 시간도 목 통증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잠을 제대로 못자서 멍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다시 낮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미크론 회복을 위해서는 그냥 맘 편하게 쉬어주는게 최고인 듯 하다. 몸이 휴식을 휴식을 충분히 취해주는게 중요했다. 그럴 때마다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쉼이 우선이다.
점점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4-6일
감기몸살처럼 하루이틀 고생하고 끝나는게 아닌 오미크론. 아주 서서히 나아간다. 아주 서서히. 픽픽 쓰러져 자던 것도 이제는 낮잠이 필요없게 되었다. 나은듯 하면서도 체력은 예전의 반토막이 난걸 느낄 수 있다. 격리해제 이후 운동이 필수적일 듯 하다. 적당한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으로 자신의 본래 체력 사이클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다행하게도 미각과 후각을 잃지는 않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극심하게 몸살이 심해지는 기운을 느꼈던 터라, 기침은 최대한 자제했다. 가래를 뱉고 싶더라도 코로 빨아들여 삼켜내어 입으로 뱉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 덕에 유리조각이 낀 것 같은 목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기관지를 보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방법이 내 후각과 미각을 보호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이 최고다.
코로나 관련해서 심리지원, 마음건강 지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 건강도 약해진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건강이 나빠지고 있는게 체감된다. 거기다가 밖에도 못나가고 집에 처박혀 있으려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답답해서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이전에는 어떻게 2주나 격리를 했는지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미크론 자체의 고통보다 심리적인 고통이 더 싫었던 날들이었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볼 수 없고, 따스한 햇살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없다는 것.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시간들이었다. 크게 바라지 않고, 지금은 그저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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